2절 임봉호
Lim Bongho


임봉호 작가는 언어와 기호, 사회적 질서를 구성하는 시스템에 주목하며, 표면적인 구조와 그 이면의 간극 사이에서 발생하는 긴장감을 시각적으로 풀어낸다.
2019년에 제작된 영상 작업 <유효분량>은 포커게임의 형태를 빌려 한국 사회의 경쟁 구조 속에서 대다수의 젊은 세대들, 혹은 을(Z)이라 지칭되는 사람들의 삶을 조명한다. 작가는 SNS 팔로워들의 페이지에서 많이 거론되었던 단어를 조합하여 '노력,'노오력‘, '노오오력, '노오오오력' 등의 카드를 제작하였다. 영상 속 청춘 원페어를 들고 시작하는 게이머는 받은 패를 버려가며 카드를 골라 모아 스트레이트를 노리지만 결국 그가 받은 마지막 카드는 '꿈'으로 스트레이트에 성공하지 못한다. 영상 속 딜러와 게이머를 비추는 기울어진 시선은 누군가는 충분한 유효분량으로 손쉬운 승리를, 또 누군가는 단 한 번의 실패로 모든 것을 잃게 되는 오늘날의 불균형한 현실을 은유한다.

봉호단어장(Bongcabulary)은 작가가 2012년부터 신문과 뉴스에서 모아온 두 글자 단어를 획을 지우거나 덧써서 전혀 다른 글로 바꿔버리는 드로잉 방식으로 제작되었다. 당시 KTX 철도 민영화 문제와 군대 의문사 사건을 바라보며 작가는 자신의 단어장 안에서 '철도'를 '절도'로 바꾸고, 자살'을 '사살'로 바꾸면서 문제에 대한 의문을 던진다. 상황과 사건을 둘러싼 과도한 정의와 의미화는 때때로 본질을 덮는다. 핵심은 흐려지고, 곁가지가 중심을 대체하며, 관찰자는 판단 불능 상태에 빠지게 된다. 작가의 개입은 그런 과잉 의미를 일시적으로 '무력화'함으로써, 관람자가 스스로 의미를 재구성할 수 있는 균열을 만든다. 봉호단어장이 13개의 단어로 처음 세상에 나온지 10년이 지났다. 작가의 새 단어장에는 공개하지 않은 200개의 단어가 수집되어 있지만, 2025년에도 여전히 " 이윤이 이유가 되는 지금, 약자는 익사했다. 그리고 부자는 무사하다.

작품리스트
임봉호_유효분량 able ㎎_Single channel video_2min 30sec_2019
임봉호_네 사전에는 없다 Not in your Dictionary_Single channel video_1min 30sec_2014
임봉호_봉호단어장 Bongcabulary_출력물에 드로잉_29.7×42.0㎝_13pcs_2014

임봉호_유효분량 able ㎎_Single channel video_2min 30sec_2019
임봉호_봉호단어장 Bongcabulary_출력물에 드로잉_29.7×42.0㎝_13pcs_2014
임봉호_봉호단어장 Bongcabulary_출력물에 드로잉_29.7×42.0㎝_13pcs_2014
[관객참여프로그램]단어의 재발견
[관객참여프로그램]단어의 재발견
[작가의 플레이리스트] 『시대유감(時代遺憾)』
2025. 5. 31 – 6. 21부산 중구 동광길 42 특별전시장